난 제20세기 말 세상에 태어났다. 환갑이란 나이도 훨씬 지났다. 이따금 스맛폰에 내 생년을 타이핑 하려면 한 참 자동으로 바를 내려야 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것이다. 10대 때는 성년 시기에 자유롭게 선택하여 자기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는 때를 그리워했다.

동시에 부친과의 이별은 큰 충격이었지만 그럭저럭 생존했다.

20대 때는 대학 시절이었기에 못 다한 공부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40대까지 인생을 전망하려 했다.

30대 때는 목회자의 길이 되면서 20대 가졌던 막연한 유학의 길을 시도하면서 세상 속에 나를 파악하며 나 자신의 능력을 시험했다.

생존의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 같았지만 겁나진 않았다. 뭔가를 미리 준비한 하나님을 바라보았다고 회상한다.

하루하루의 삶은 뚜렷하진 않지만 미래의 뭔가를 위해 힘썼다.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것은 조각이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의 터전을 닦았다고 확신한다.

오랜 세월의 유학 생활의 결실은 박사학위였다. 그사이에 어린 자녀들은 청소년이 됐고, 나는 40대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감히 꿈꾸지 않은 교수의 길을 걸었다. 몸의 질병이 생길 정도로 앞뒤 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아니, 생존의 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나의 의지가 나의 몸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직면했다.

마침내 교수 생활을 접고 2009년 개척교회, 현재의 새롬교회를 공릉동에서 시작했다.

어려운 시련과 시험도 있었지만 함께하시고, 먼저 가 계시고, 떠나지 않으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지낸다.

언제까지 건강이 허락될런지 모르지만, 허락받는 한, 건강 유지에 힘쓴다. 건강하지 않다면, 정신적 싸움인 학문의 길을 걷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육신의 훈련이 이렇게 힘든게 영의 전투는 얼마나 힘들까? 보이는 적과 싸움도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데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은 ...

2025년이 됐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다시 한번 돈 것이다. 새로운 우주 공간으로 크게 돌면서 태양의 주위도 돌았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표어를 만들곤 했다. 최초로 내세운 표어는 ‘좋은 것보다 바른 것’이었다. 지나온 주보들을 이따금 보곤 한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목회하면서 사명을 감당할런지 모르지만 새로운 주제로 ‘진리가 주는 자유’라고 정했다.

진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는 참된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한다. 그리스도를 만난 자는 그리스도인이다.

죄의 정죄로부터 자유하게 하려고 오신 구속자 하나님을 따르는 자이다.

여전히 죄책과 죄의 잔재들로부터 이생에서 완전 자유가 불가능하지만 농락을 당하고 싶진 않다.

의식하면서 죄를 범하는 자신을 인식하고 싶다. 무의식 가운데 죄에 대한 무지로 범하고 싶지 않다.

물론 의식 중 죄를 범하므로 죄책은 남아 있지만 그 죄책이 나를 지옥으로 보내진 못할 것이다.

하나님 존전에서 행하는 것임을 잠시라도 잊고 싶지 않다. 살아도, 죽어도 그리스도를 향해 사는 삶을 내려놓곤 싶지 않다.

어렸을 때는 개인 인생에 관해 궁금했지만 이젠 궁금하지 않다. 하나 아쉬운 것은 죽음이 언제 닥칠는지 불확실하든 것 외에 궁금한 것은 하나도 없다.

주관적으로 말해보면, 힘들게 살았지만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남은 목숨에서 바른 삶을 힘들게 살겠지만 지금까지의 노고를 기초하여 조심스럽게, 지혜롭게, 신중하게 살아야겠다.

언젠가 염려와 걱정으로부터, 죄의 농락으로부터, 육체의 시험으로부터, 자유할 날을 기다린다.

준비한다고 하지만 늘 아쉬운 것처럼 하나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삶을 위해 준비한다고 하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그 언젠가 기다리고 기대하던 참된 자유를 맞이할 때가 있으리가 여긴다. 그때까지 힘차게 적은 실수, 적은 잘못, 적은 오류를 범하면서 살아야겠다.

이 삶까지의 지혜를 전하고 싶고 남기고 싶고 알리고 싶은 심정을 가지면서 오늘도 여전히 예상되는 자로서 살아가고 싶다.
라 은 성(Rev., Ph.D.)